티타임 드로잉
티타임드로잉은 전시장에서 시각적으로만 감상이 가능했던 도자 작업을 직접참여하여 만지고 사용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저에게 세라믹작업은 입체 드로잉과 같습니다. 세라믹 특유의 재료가 가진 우연성에 흥미를 느끼고 평면 회화를 하면서 새로운 드로잉 매체로서 세라믹을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각적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보다는 비시각적 경험을 시각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왔고, 특히 페인팅에서도 촉각적인 경험을 중요시했던 것이 세라믹 작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티타임드로잉의 기물들은 티타임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테이블을 준비하면서 기능을 가진 사물로서의 도자기와 드로잉으로써의 도자기의 경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성을 갖추되 제작법에 매몰되지 않고 드로잉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 작업을 위치시키고자 했으며 이 지점을 통해 낯선 감각을 탐색하는 태도를 담고자했습니다.
티타임드로잉의 모티프가 된 것은 작가의 집에 오래도록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찬장 속의 본차이나 티세트 입니다. 일부는 부모님의 혼수이고 일부는 해외에서 기념으로 구입한 제품들입니다. 찬장을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중고 마켓을 둘러보자 거기에는 이와 유사한 티세트들과 80년대의 특유의 무거운 디자인의 가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용을 하지 않음에도 너무 부피가 크거나 이전과 같은 의미를 가지지못해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보았습니다. 또 그것들을 처분하게된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사연들을 상상해봅니다. 6인 혹은 8인 티타임 세트의 구성처럼 완벽하고 세련된 접대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온전한 적이 없었던, 어딘가 일그러지고 넘치고 모자란 것들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실제로 만지고 사용하며 살아있는 기억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2019 티타임드로잉 작가노트
Installation view
2019 소쇼 오픈 위크 : ART TECH & MAKERS @Sosho, Seoul